Monday, 28 March 2016

7. 뫼비우스의 띠

또 다시 돌고 돌아 원점에 도착하였다. 이쯤 되면 둘 중의 하나는 지쳐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우린 너무 멍청하다 못해 상대방이 먼저 지치기를 기다리며 방어 없는 공격을 주고받아 이미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 상황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 것이 언제인가. 만 4년 만에 이리 쉽게 식는 것이 사랑이었던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음에 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언젠가부터 내 속에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분노가 점점 내 머리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예전에는 웃어 넘겼을 사소한 것 까지 발화점이 되며 시시때때로 폭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언젠가 통제권을 잃게 되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까지 나를 몰고 온 것이 그인지, 아님 내 스스로가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인지 구분할 능력을 잃어 버렸다. 모든 요소들이 뒤엉켜 '나너우리'의 구분을 융해시키고 '너너너'로 변질되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은 내가 아닌 '너'인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렇게 던진 화살은 맞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 내 목을 관통하고, 피를 토하며 그 화살을 다시 뽑아 기어이 너의 심장을 후벼 파는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뒤틀린 사람인걸까. 

누구 하나 속시원히 털어 놓을 사람도 없어 여기에 혼자 끄적거리는 내 스스로가 작고 볼품이 없다. 


Monday, 7 December 2015

6. 반복 학습은 효과가 없다

어릴적부터 ㄱㅁ 혹은 ㄴㄴㅇ 등의 학습지를 하다 보면, 이해성 위주 보다는 반복 학습 위주로 교재가 구성이 되어 있었다. 대개는 한두권 정도 풀고 나면 질려서 손을 놓기 마련이었는데, 그럴때면 몇달 치 밀린 학습지를 보다 못해 화가 난 엄마가 남은 학습지를 모두 가져다 버리는 참사가 발생하곤 하였다.

반복 학습은 내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쉽게 질리는 성격의 나는 한번 이해하고 넘어가면 끝! 의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반복되는 싸움 및 변하지 않는 서로의 모습.

우리는 참으로 멍청해서 같은 일로 반복해서 싸우지만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제는 질릴 때도 되었건만.. 실수에서 배우기는 커녕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배우지 못하는 자를 끊어 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도 적용하지 못하는 진득함을 배워 설리번 선생 마냥 양 손을 쥐어 물에 수천번 담궈가며 '물!' 소리를 할 때 까지 기다릴 것인가.

참을 인자 세번에 살인도 면한다지만 삼백번 하고 나면 내가 홧병으로 죽지 않을까...

Saturday, 10 October 2015

5. We are young

모든것의 시작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끝이 아름답다고는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한 때는 아침마다 '둘 만의 주제가'를 들으며 낮간지러운 단어들을 주고받던 적이 있었다. 매일같이 함께 눈 뜨는 아침이 아름답고 달콤하기 그지없던 시간들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걷는 한 걸음 걸음, 손가락 발가락 끝마디까지 사랑의 노래가 흘러 넘치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달콤했던 단어들은 지친 한숨으로 변질되었고, 그 들숨 날이 성에처럼 얼어붙어 서로의 가슴에 칼날같은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도 아프고 죽을것만 같던 그 상처들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보다 더 아프게,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기에 이르렀던 적도 있다.

나의 이런 적대심을 상대방이 눈치를 채었을 때, 그는 정말 깊은 상처를 받은 듯 했다. 그때 나는 알아차렸다. 우리는 더 이상은 같은 길을 바라볼 수가 없겠구나.

그의 상처보다는 이미 익숙해 진 이 관계가 변해버리는 것이 더 두려웠던 나는, 스스로가 정당화 시킨 이기심을 사랑인 마냥 포장하여 이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진심이 아닌 노력은 통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던 언어는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랑의 언어가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나 스스로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사랑에 빠져 호숫가에서 굶어 죽은 나르시스, 그게 나의 머지 않은 미래처럼 느껴지는게, 단지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아직 너는 젊다. 라고 조언을 한다. 젊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라고 얘기를 한다. 젊음과 나이 듦 사이에 과연 차이가 있을까. 십대의 열기에 죽을듯이 타들어가던 심장은, 삼십대에 이르렀다고 해서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 그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 백살이 넘었다고 무뎌질까. 단지 살면서 상처를 남들이 볼 수 없도록 감추는 재주가 늘어나는 것 뿐이다.

나는 아직 젊다. 그러나 나는 아주 많이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