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31 July 2015

4.

오랫만에 진지한 글.

Tudela를 떠나 Barcelona에 정착한 지 정확히 일년 만에, 다시 Tudela로 돌아간다. 사람 일은 정말 한치 앞을 모르는 거라는 그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많은 고민 끝에 그래도 쉽게 결정을 내린 듯 하다. 안정적이지만 미래에도 변화 없이 안정적이기만 할 생활과, 불투명하지만 노력하면 미래에는 더 나아질 생활 사이에서, 사실 고민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

주변에서는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라, 왠지 어리둥절하다. 아직 세상은 안정적인 삶을 정답으로 여기는가 보다.

다행히 그는 내 결정을 존중해 주고, 함께 기뻐해 주었다. 일년동안 함께 만들어 온 우리 집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주말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의 모습에 벌써 마음이 아련해온다.

많은 것을 뒤로 남기고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일년 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떠나온 그 길을 그대로, 얻은 것을 모두 내려놓고 걸어 돌아간다.

8월 내내 스페인을 떠나 한국 및 일본을 여행하기로 계획한 것이, 마침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다. 바쁘게 여기 저기 다니다 보면 마음 정리가 더 빠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년 반의 주말 연인, 일년 일개월의 동거 이후 다시 기약 없는 주말 연인으로 돌아간다.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지만 이 인연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불안함이 앞선다.

다 잘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