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0 October 2015

5. We are young

모든것의 시작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끝이 아름답다고는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한 때는 아침마다 '둘 만의 주제가'를 들으며 낮간지러운 단어들을 주고받던 적이 있었다. 매일같이 함께 눈 뜨는 아침이 아름답고 달콤하기 그지없던 시간들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걷는 한 걸음 걸음, 손가락 발가락 끝마디까지 사랑의 노래가 흘러 넘치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달콤했던 단어들은 지친 한숨으로 변질되었고, 그 들숨 날이 성에처럼 얼어붙어 서로의 가슴에 칼날같은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도 아프고 죽을것만 같던 그 상처들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보다 더 아프게,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기에 이르렀던 적도 있다.

나의 이런 적대심을 상대방이 눈치를 채었을 때, 그는 정말 깊은 상처를 받은 듯 했다. 그때 나는 알아차렸다. 우리는 더 이상은 같은 길을 바라볼 수가 없겠구나.

그의 상처보다는 이미 익숙해 진 이 관계가 변해버리는 것이 더 두려웠던 나는, 스스로가 정당화 시킨 이기심을 사랑인 마냥 포장하여 이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진심이 아닌 노력은 통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던 언어는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랑의 언어가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나 스스로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사랑에 빠져 호숫가에서 굶어 죽은 나르시스, 그게 나의 머지 않은 미래처럼 느껴지는게, 단지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아직 너는 젊다. 라고 조언을 한다. 젊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라고 얘기를 한다. 젊음과 나이 듦 사이에 과연 차이가 있을까. 십대의 열기에 죽을듯이 타들어가던 심장은, 삼십대에 이르렀다고 해서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 그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 백살이 넘었다고 무뎌질까. 단지 살면서 상처를 남들이 볼 수 없도록 감추는 재주가 늘어나는 것 뿐이다.

나는 아직 젊다. 그러나 나는 아주 많이 지쳤다.